이정섭 차장검사 비위 수사(2023)

2023년 10월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의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 검사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 2017년부터 자녀의 명문 초등학교 진학을 위해 2차례 위장전입 △ 위장 전입한 주소지에서 발생한 세금 체납 △ 자신의 처가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을 익명으로 예약할 수 있도록 하고 비용을 할인해 주는 등 동료 검사들에게 이용 편의 제공 △ 처가의 요청으로 처가 골프장 직원과 가사 노동자의 범죄 기록을 조회하고 해당 자료를 처가에 제공 △ 처남의 마약 수사 무마 등의 의혹이다. 이정섭 검사가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고 있을 당시, 한 스키장 리조트에서 대기업 임원으로부터 가족 식사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됐다. 이정섭은 위장전입과 이에 따른 세금 체납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현재는 문제가 해소된 상태라고 해명했고, 다른 의혹들에 대해서도 전부 부인했다. 여당 의원들은 이정섭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는 검사라는 이유로 의혹을 제기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이정섭에 대해 주민등록법, 청탁금지법 위반,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 누설 등의 혐의로 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대검은 수원고검에 이정섭의 비위 의혹에 관해 확인하도록 지시하는 한편, 고발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에도 이정섭 검사를 고발했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은 2023년 11월 9일, 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했고 본회의에 발의·보고했다. 그러나 당시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이 예정했던 필리버스터를 철회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본회의가 72시간 이내 추가로 열릴 가능성이 사라지자, 탄핵소추안을 철회하고 이후 재발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 측은 본회의를 거친 공식 안건이므로 철회와 재추진이 불가하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으나, 헌법재판소는 재발의 탄핵소추안이 적법하게 발의되었다며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했다. 

2023년 11월, 대검은 이정섭을 대전고등검찰청 검사로 직무대리 발령했고 서울중앙지검은 이정섭 처가 소유 골프장, 대기업 부회장과의 식사가 있었던 리조트를 압수수색하면서서 수사를 본격화했고, 2024년 4월 이정섭 검사 자택 등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이후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이 과정에서 비위 의혹이 제기된 검사에 대한 강제수사와 인사 조치가 취해진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도 있었으나, 뇌물죄가 아닌 청탁금지법을 적용해 압수수색한 것이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하지 않기 위해 혐의를 축소하는 것은 아닌지 등 봐주기 수사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소추안을 다시 발의했고, 12월 1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여당이 불참한 채 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다. 헌법재판소는 이정섭의 처남에 대한 경찰의 마약 사건 수사 기록을 증거로 채택하고, 디지털포렌식 업체에 처남의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분석 결과보고서에 대한 문서제출명령을 검토하는 등 탄핵심판 절차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헌법재판소가 “진술서를 통해 탄핵심판과 관련해 본인이 경험하거나 증언하고자 하는 내용을 다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처남댁 강 씨 등 증인 신청을 전부 기각해, 탄핵 사유 입증을 어렵게 만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8월 29일, 탄핵심판 끝에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소추 사유가 특정되지 않거나 법률 위반으로 볼 수 없다’며 기각했다. 헌법재판소는 범죄경력조회 무단 열람,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골프장 예약 편의 제공, 수사 무마 의혹은 “소추사유가 특정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으므로 판단할 수 없다는 취지다. 코로나19 시기 리조트에서의 집합금지명령 위반과 위장전입 문제에 대해서는 “직무집행과 관계가 없는 행위로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법에서는 공직자가 직무집행 과정에서 헌법·법률을 위반했을 때 탄핵 사유가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뇌물 사건 재판 과정에서 핵심 증인으로 꼽혔던 최 모씨를 사전 면담했다는 부분에 대해 다수의견은 “사전면담이 위법 또는 부적절할 수 있다”면서도 “사건 기록만으로는 위법하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김학의 뇌물 사건은 2019년 11월에 무죄, 2020년 2심에서는 일부 유죄에 이어 2021년 6월 대법원에서 다시 무죄 취지로 파기됐다. 다만, 이 부분에서 김기영, 문형배 재판관은 별개의견을 내어 “검사라면 증인신문 전 증인 면담행위가 증언의 신빙성을 의심케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며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그 정도가 중대하지 않아 파면 결정을 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2024년 내내 진척 없던 검찰 수사는 2025년 1월 이정섭을 불러 피의자 조사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로 알려졌고,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3월 6일 주민등록법 위반과 청탁금지법 위반, 형사사법전자절차촉진화법 위반 혐의로 이정섭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 2020년 12월 대기업 임원으로부터 접대받은 점 △ 처가가 운영하는 골프장 직원과 가사도우미의 범죄 기록을 조회한 점 △ 자녀 초등학교 진학을 위해 위장전입을 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본 반면, △ 선후배 검사들에게 골프장 이용 편의 제공 △ 처남 조아무개씨의 마약투약 사건 무마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범죄 기록을 불법 조회하는 등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에 대해서는 공수처로 이첩했다. 

공수처는 이정섭 처가의 가사도우미 범죄 기록을 사적으로 조회해 그 내용을 전달한 시점을 2020년 3월 30일로 보고 있었다. 문제는 공무상비밀누설 범죄 공소시효가 5년이라 2025년 5월 말로 시효 만료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었는데, 검찰은 사건을 늑장 이첩했고 공수처는 같은 고발 건이 접수돼 있었음에도 1년여간 수사가 사실상 답보 상태에 놓여 있었다는 점에서 검찰과 공수처 모두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후 공수처 수사4부(부장 차정현)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관련해 대검찰청, 서울동부지검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3월 28일 이정섭을 불구속 기소했다.